산재소식
서울행정법원 2021. 5. 7. 선고 2020구합59802 판결 [유족급여일부부지급처분취소]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197*. **. *. 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7. 6. 15. 회식 후 귀가하던 중 D가 운전하는 E ○○○○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로서 이 사건 사고가 회식 후 퇴근 중에 발생하였음을 근거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8. 6. 5.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종전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2018. 10. 30. 심사청구 기각결정을 받았다.
다. 그러자 원고는 2019. 1. 14.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호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이하 ‘관련 행정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9. 10. 17.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종전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한편, 원고는 관련 행정소송의 진행 중에 이 사건 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인 참가인으로부터 소송예상보험금을 이 사건 사고의 합의금으로 영수하기로 하면서 2019. 2. 26.경 장례비 1,731,000원, 사망상실수익액 121,374,460원, 사망위자료 16,894,540원 합계 140,000,000원을 지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합의금’이라 한다).
마. 원고는 관련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하여 피고에게 다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0. 2. 25.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지급받은 장례비 및 사망상실수익액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 제3항에 의하여 산재보험급여와의 조정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① 산재보험급여 장의비로 사정된 14,531,690원 중 참가인으로부터 받은 장례비 1,731,000원을 공제한 12,800,590원만을 2020. 2. 25. 지급하고, ② 참가인으로부터 지급받은 사망상실수익액 121,374,460원이 모두 공제될 때까지 이미 발생한 유족보상연금(2017. 7. ~ 2020. 2.) 79,108,010원 및 향후 지급되어야 할 유족보상연금 중 42,266,450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일부 부지급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산재보험법상 조정대상에서 제외되는 ‘위자료’ 명목으로 이 사건 합의금을 수령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산재보험급여에서 이 사건 합의금 중 장례비 및 사망상실수익액 상당액이 공제되어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 합의금 전부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와 참가인이 ‘원고가 피고로부터 수령할 보험급여에서 이 사건 합의금이 공제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합의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산재보험급여에서 이 사건 합의금 중 장례비 및 사망상실수익액 상당액이 공제되어서는 안 된다.
3) 설령 이 사건 합의금 중 장례비 및 사망상실수익액 상당액이 산재보험법상 조정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금은 원고가 망인의 공동상속인의 지위에서 다른 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아 수령한 것이므로, 이 사건 합의금 중 장례비 및 사망상실수익액 상당액에서 원고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원만큼만 산재보험급여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규정 등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는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을 수급권자가 지급받은 금품의 가액(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할 당시의 가액)을 말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망인의 일실수입 및 장례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 피고는 해당 수급권자가 지급받은 손해배상액의 한도 안에서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2019. 1. 10.경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따른 합의금을 청구하였고, 참가인은 2019. 2. 26.경 원고의 향후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가능성을 예상하여 특인제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위 합의금 청구와 관련하여 법률사무소 F의 변호사 G가 원고를 대리하였다.
나) 원고와 참가인은 망인의 소득내역, 과실비율 등을 고려하여 최종 손해배상금을 140,000,000원으로 결정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원고에게 영수 및 권리 포기서(이하 ‘이 사건 포기서’라 한다)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여 서명 및 날인을 요청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포기서의 제3항 아래에 ‘4. 상기 금원은 가해자 자동차보험 합의금에 한하고, 기타 다른 보험금이나 사업주에 대한 청구금액을 제외한다.’라는 문구를 수기로 기재한 뒤 참가인에게 회신하였는데, 이에 대해 참가인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라) 참가인은 2019. 2. 27. 자동차 합의금 지급결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지급결의서의 ‘합의금 산출요소’ 항목에는 합의유형이 ‘소송예상’으로 기재되어 있고, ‘지급처별 상세-1’ 항목에는 망인의 월 소득 400만 원과 망인의 과실비율 65% 등을 기초로 계산한 상계 후 결정액으로서 장례비 1,731,000원, 사망위자료 16,894,540원, 사망상실 수익액 121,374,460원이 각 기재되어 있다.
마) 한편,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원고와 자녀들인 I, J가 있으며, 원고는 참가인과의 합의 과정에서 I, J로부터 보험금의 청구 및 영수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위임받았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제출하였다.
3) 이 사건 합의금이 전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되었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금이 전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가 참가인에게 회신한 이 사건 포기서에 이 사건 합의금이 ‘소송예상보험금’임이 명시되어 있는데, 통상적으로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 측에 소송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손해에는 적극적·소극적·정신적 손해(위자료)가 모두 포함되는 점, 원고를 대리하여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참가인과 합의를 진행하였음에도 이 사건 포기서 등 관련 서류에 이 사건 합의금이 전부 위자료에 해당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금이 전액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
② 참가인의 자동차보험약관에서 정한 위자료 산정기준이나 교통사고 사망사고의 통상적인 위자료 액수, 원고와 참가인이 망인의 과실비율을 65%로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할 때 140,000,000원은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이라고 할 것인바, 참가인이 원고에게 위와 같은 고액의 위자료를 지급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4)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합의금이 산재보험급여 공제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원고가 이 사건 포기서에 추가한 제4항에 관하여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합치된 의사가 이 사건 합의금을 산재보험급여 공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고가 위와 같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합의에 구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① 참가인이 원고와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손해배상금을 140,000,000원으로 합의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포기서를 송부하여 서명날인을 요청하였는데, 원고가 위 서류에 임의로 제4항을 추가로 기재하여 회신하였던 점, 원고와 참가인이 합의과정에서 제4항의 추가에 관하여 논의하였음을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는 점, 참가인이 제4항에 관하여 원고에게 문의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 조항을 합의사항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하였다고 추단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포기서 제4항에 관하여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② 설령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포기서 제4항에 관하여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조항의 ‘기타 다른 보험금’ 부분에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점, 참가인의 담당자는 위 조항을 ‘원고가 망인의 사용자를 상대로 별도의 보상을 청구함에 있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조항의 의미를 원고 주장대로 해석할 경우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손해배상금을 전부 지급하고도 추후 원고에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피고로부터 구상을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바, 참가인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합의금을 140,000,000원이라는 고액으로 정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합의금을 산재보험급여 공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③ 나아가 피고로서는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에 의하여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에 상응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이를 보험급여에서 공제하여야 하는 것이고, 수급권자가 제3자와의 합의로써 이러한 보험급여의 조정을 회피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제3자로서는 추후 피고의 구상권 행사를 예상하여 구상금액 상당을 수급권자와의 합의에 반영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설령 원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합의금 중 적극적·소극적 손해 부분에 관하여 산재보험급여 공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그러한 합의에 구속되어 보험금액 조정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위 합의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공제되어야 할 정당한 보험급여의 범위
가) 산재보험법 제63조 제3항에서는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 중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순위를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 및 형제자매의 순서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유족보상연금의 선순위 수급권자가 된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와 직계비속인 I, J는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 , 제1003조 제1항에 따라 망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의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원고가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아 참가인과 합의를 진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합의금에는 원고뿐만 아니라 I, J의 몫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합의금 중 장례비와 사망상실 수익액에 해당하는 금원에서 원고의 손해배상을 위하여 지급된 금원에 한해서만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에 따라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될 뿐, 나머지 I, J의 손해배상을 위하여 지급된 금원에 대해서는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
다) 이에 따라 피고가 공제하여야 할 정당한 보험급여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먼저 이 사건 보험금 중 장례비에 해당하는 1,731,000원에서 원고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원은 741,857원(= 1,731,000원 × 3/7 지분,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므로 위 금원에 대해서는 피고가 장의비 지급의무를 면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 사건 보험금 중 사망상실수익액에 해당하는 121,374,460원에서 원고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원은 52,017,625원(= 121,374,460원 × 3/7 지분)이므로 위 금원에 대해서는 피고가 유족급여 지급의무를 면하게 된다.
6) 소결론
가) 결국 이 사건 처분 중 장의비 741,857원 및 유족급여 52,017,625원에 대한 각 부지급 부분은 적법하지만, 각 이를 초과하여 부지급한 부분은 위법하다.
나) 나아가 외형상 하나의 행정처분이라 하더라도 가분성이 있거나 그 처분대상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다면 일부만의 취소도 가능하고 그 일부의 취소는 해당 취소 부분에 관하여만 효력이 생기는바(대법원 1995. 11. 16. 선고 95누885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12. 12. 선고 99두1224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처분은 ‘산재보험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산정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와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수령한 손해배상금 중 유족급여 및 장의비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그 항목과 금원에 의하여 분리되어 특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장의비에 대하여 741,857원을 초과하여 부지급한 부분과 유족급여에 대하여 52,017,625원을 초과하여 부지급한 부분에 한하여 그 취소를 명하기로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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