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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러 개의 건설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뇌출혈로 사망한 경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1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48
내용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5794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4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164 판결 등 참조).

 

한편 여러 개의 건설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경우 위 각 건설공사가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라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망인이 사망할 당시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사망 전에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10466 판결대법원 1999. 4. 23. 선고 971645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 소외인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채용되어 불과 4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않은 점, 소외인은 약 30년간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숙련된 철근조립공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업무상 과로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출혈 전조증상이 발현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은 2006. 4. 이전 약 3개월간 삼성물산 주식회사(이하 삼성물산이라 한다)가 원수급인으로서 시공하는 의정부시 녹양동 소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06. 4.경부터 2006. 5. 15.까지는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소재 한강하류권급수체계구축1차사업 제3공구생활용수정수장시설공사 현장에서, 2006. 5. 17.부터는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현장에서 각 철근조립공으로 근무한 점, 이 사건 공사현장은 터널 입구로부터 약 700m 떨어진 곳으로 매우 어두워 10m 앞 정도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지하수 등으로 인해 습도가 높았으며, 굴착기 등 중장비 작업으로 소음이 심하였고,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저산소 상태였고, 냉기를 느낄 정도의 온도였던 점, 소외인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일 반장 전수열의 지시에 따라 바로 야간작업에 투입되어 터널 내 약 19m 높이의 천정 돔에 철근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그로 인해 생체리듬이 바뀌고 신체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소외인의 사인은 뇌괴사 및 뇌출혈로 밝혀진 점, 소외인에게는 기존질환으로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이 있었으나, 종전 아파트 건축현장 등에서 철근조립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소외인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되어 작업을 시작한 후 두통을 호소하는 등 뇌출혈의 전조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공사현장 인근 숙소에 이틀간 방치되어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과 뇌괴사가 발생하여 결국 사망한 점, 순천향대학교 병원장은 진료기록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서에서 고혈압이 지병으로 있는 경우에는 급격하게 작업환경이 변화한 상태에서 수 시간의 작업으로도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외인의 경우 이틀 동안 방치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소견을 밝힌 점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건설업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그 원수급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법리 및 규정에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삼성물산의 위 각 공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으로 보이므로 소외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수 시간 수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소외인이 사망 이전에 근무하였던 녹양동 아파트건설 현장, 원당동 정수장시설공사 현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인바, 터널 내에서 작업해 온 기존 근로자들에게는 과중한 업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혈압 등의 기존질환을 보유한 소외인에게는 새로이 시작한 이 사건 터널 공사 현장에서의 야간 철근 조립작업이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과중한 업무라고 볼 여지가 있고, 부검결과와 진료기록 등을 통해 사인 및 발병경위가 비교적 분명하게 밝혀져 터널 내에서의 야간작업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사정이 그러하다면 급격하게 변화된 작업환경하에서의 위와 같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기존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소외인으로 하여금 뇌출혈 및 뇌괴사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종전 사업장의 작업환경, 소외인이 수행한 업무내용 등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작업 시간이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소외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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