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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살의 업무상 재해승인 사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6.2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515
내용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65901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 건 20165901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00 담당변호사 000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0. 20. 선고 201653564 판결

판결선고 2019. 5. 10.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14692판결 등 참조). 비록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망인이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58840 판결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1991. 9. 서울메트로(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약 202개월 동안 근무하였고, 자살하기 전까지 재정팀장으로서 세금 및 자금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망인은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서 울시장과 소외 회사 사장으로부터 6회에 걸쳐 표창을 수여받았고, 재직기간 동안 징계를 받은 적은 없었으며, 평소 밝고 유쾌했고, 동료들과도 원만히 지냈다.

. 감사원은 2010. 2. 16.부터 2011. 2. 18.까지 소외 회사를 대상으로 지하철 공기업 경영개선실태감사를 실시하여 소외 회사가 스크린도어 설치공사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영(0)세율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 채 시공업체인 ○○산업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였으나 그 후 ○○산업의 폐업으로 약 172,400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지 못한 손실을 입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 감사원은 위 감사 이후 망인을 포함한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실시하였고, 2011. 4.경부터 2011. 6.경까지 망인에 대하여 2회의 추가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11. 11. 6. 소외 회사에 망인 외 3인에 대하여 정직 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문책요구서를 보냈고, 소외 회사는 2011. 11. 25. 망인에게 그 문책요구서 사본을 교부하였다.

. 망인은 감사원의 문책 요구에 매우 억울해 하면서 재심을 청구하려 하였으나 주위의 만류로 포기하였고, 문책 요구를 받은 직원들 중 망인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은 2012. 2. 1.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가, 이후 자체상벌위원회에서 모두 감봉 3월로 감경되었다.

. 망인은 감사원의 감사가 있기 전까지 불안, 우울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으나, 2011. 11. 18.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알게 된 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였으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하였고 사무실에서도 자주 넋이 나가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죽기 전 2주 동안 망인은 자리에 잘 앉아 있지도 않고 업무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동료 직원 소외 2에게 본부장님 날보고 아는 체도 않고 피하네. 회사 사람들도 모두 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욕하는 것 같다.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쳐다보면서 수군거리는 게 확실히 느껴지고 다들 손가락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였다.

. 또한 망인은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은 상태에서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 감사원의 문책요구에 따른 징계로 승진에서 누락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많이 했고, 소외 회사로부터 소외 회사가 입은 손실액에 대하여 구상권 행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우 불안해하였다.

. 망인은 2011. 11. 25. 소외 회사로부터 감사원의 문책요구서 사본을 교부받은 후부터는 불면이 더욱 심해졌고, 배우자에게 세상에 난 범죄자로 낙인찍혔다. 네 눈에도 내가 파렴치범으로 보이지?”라는 말을 하였으며, 매일 누르던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밤새 소파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담배를 사러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서 다시 담배를 사러나가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 망인은 다음날인 2011. 11. 26. 11:00경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갔다가 같은날 13:00경 들어와 등산화로 바꿔 신은 후 산에 간다고 하면서 다시 집을 나갔고, 그 다음날 08:30경 등산로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 △△△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외 3망인의 자살이 업무 스트레스와 연관된 우울증에 기인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였고, 신경외과 전문의 소외 4 역시 망인이 예상하지 못한 중징계와 구상권에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급성스트레스가 발현한 가능성이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본인 능력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우울증 증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진단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 망인은 감사원이 망인 등을 조사하고 망인에 대하여 문책을 요구하자, 자신이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그 결과 승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소외 회사로부터 구상권 청구까지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이후에 이어진 망인의 발언이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그가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계속적으로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자살 직전에는 이상 행동에까지 이르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또한 망인은 자살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서를 남겨놓지 않았고,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로프를 나무에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평소 밝고 유쾌하였고, 동료들과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 전까지는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었으므로,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망인의 우울증이 발생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적 상황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에게 노출된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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