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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택에서 사무실로 가는 통상적인 경로상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으로 사망사고의 인정사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2.2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22
내용

  

1. 처분의 경위

○○(이하 '망인이라 한다)2019. 8. 1.부터 건물청소, 방역 등을 수행하는 주식회사 △△에서 고객사 관리 및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근로자(팀장)으로 재직하여왔다.

망인은 2019. 10. 18. 08:30******호 승용차를 운전하여 제주시 *** 소재 자택에서 제주시 ****** 소재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신호등이 설치된 제주시 건주로 22 앞 교차로(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 한다, 이 사건 교차로는 망인의 자택에서 사무실로 가는 통상적인 경로상에 위치해있다) 앞 정지선에서 45초간 정차하였다가 적색신호임에도 그대로 진입하여 북쪽에서 남쪽으로 직진하던 중, 신호에 따라 같은 교차로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운행하던 제주******호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교차로 중 망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진행하던 방향에는 두개의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1 주신호등은 교차로 진입 전 정지선 위에, 2 주신호등은 교차로 건너 반대방향 차선 위에 각 설치되어 있다.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직후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019. 10. 18. 11:27경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망인의 처인 원고는 2019. 11. 28.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0. 2. 25. ‘이 사건 재해의 주된 원인은 망인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 신호위반(중과실)에 따른 법률 위반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사고 원인이 망인의 전적 또는 주된 행위에 의해 발생한 재해로 관련 법령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판단

.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 이 사건 교차로가 망인의 통상적인 출근 경로상에 위치하여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망인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다가 발생한 이 사건 재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다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는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13079 판결 등 참조).

 

.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3, 14, 20, 23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망인의 신호위반 운전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보인다.

 

이 사건 교차로의 경우, 망인 차량 진행방향의 제1주신호등은 정지선 위에 설치되어 있어 정지선에 맞추어 정차한 망인의 시야에서는 제1주신호등을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교차로의 남쪽은 왕복 7차로의 넓은 도로여서 북쪽에서 진입하는 차량 운전자가 한눈에 반대방향 차로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구조임에도, 2주신호등은 별지(2) 사진의 영상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반대방향 차로 위에 설치되어 있어 운전자가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자신의 진행방향이 아닌 다른 진행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

2008. 11. 1. 개정된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1)에 의하면, 교차로 건너편에 설치하는 제2주신호등은 진행방향 도로의 중앙에 위치하여야 하고, 배면등(반대방향 차로에 설치되는 신호등)은 설치가 금지된다. 이와 같이 배면등 설치를 금지한 이유는, 배면등을 설치할 경우 운전자가 신호등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다른 진행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보조참가인 역시 그와 같은 문 제를 인식하여 제주도 내에 설치된 배면등을 조사·교체하고 있는 중이다.

 

망인이 정차한 위치에서는 이 사건 교차로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차량을 확인할 수 없고(교차로 모퉁이에 있는 건물 때문에 시야가 제한된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의 통행은 망인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끊긴 상황이었으므로, 망인이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신호 변경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조사한 재해조사서(을가 제1호증)에도 재해경위가 “2019. 10. 18.경 자택에서 연동 소재 사무소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출근하던 중 건주로 22 교차로에서 적색신호 대기 중에 신호 변경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북쪽에서 남쪽으로 주행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녹색신호에 따라 운행하던 버스와 충돌 사망한 재해임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른 방향 차선의 교통상황이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망인이 적색신호임을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신호를 위반하면서 이 사건 교차로를 통과해야 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 따라서, 비록 망인에게 과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해가 오로지 또는 주로 망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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