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소식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서울행법, 2005구합34701, 2006.8.8]
【판시사항】
[1] 작업시간외 사고에 관하여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비로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의 법적 성질 및 그 해석
[2] 사업주가 시설물을 임차하여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3] 근로자가 사업주가 임차하여 제공한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다가 추락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낮은 창문 때문에 추락사한 경우, 망인의 사망이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에서 작업시간외 사고에 관하여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비로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 조항은 그 성질 및 내용으로 보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서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은 민법상의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과 같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를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
[2]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시설물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비록 이를 임차하여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에게 공작물 설치·보존 등의 책임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업주로서는 해당 시설물을 미리 점검하여 그것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경우 시설물의 관리주체에게 그 시정을 요구하고, 만일 그 시설물의 관리주체가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안전한 다른 시설을 마련하여 근로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업주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면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3] 근로자가 사업주가 임차하여 제공한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다가 추락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낮은 창문 때문에 추락사한 경우, 망인의 사망이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
【전문】
【원 고】
【원 고】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6. 7. 11.
【주 문】
【주 문】
1. 피고가 2005. 8. 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1967. 2. 4.생, 사망 당시 38세 5개월,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공간코리아(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서 일용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03. 7. 4. 밤에 소외 회사에서 숙소로 제공한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에 있는 (숙소명 생략) 203호(이하 ‘203호’라 한다)에 투숙하여 잠을 자던 중 2005. 7. 5. 04:38경 위 203호 아래에 있는 주차장 바닥에서 선행사인 ‘다발성 늑골골절, 안면골 골절’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나. 이에 원고는 망인이 낮게 설치된 203호의 창문 때문에 주차장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5. 7. 13.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5. 8. 3. 원고에게 망인이 업무상 또는 작업 중에 사망하지 아니하였고,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 기타 행사 중에 발생한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을 2, 3호증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사업주인 소외 회사가 소속 근로자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의 비용부담하에 제공된 203호에서 잠을 자다가 그곳의 창문이 낮게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추락방지시설 등이 없는 바람에 창문을 통해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작업시간외 사고) ②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차량·장비 등을 포함한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재해가 작업시간 외의 시간 중에 발생한 때에도 당해 근로자의 자해행위 또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사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관리 또는 사용권이 사상한 근로자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시설을 이용하고 있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상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 인정 사실
(1) 망인이 203호를 숙소로 사용한 경위
(가) 소외 회사는 기계설비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회사로서 2004. 12. 28. 도요엔지니어링코리아 주식회사로부터 위 회사가 한국호야전자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아 평택시 청북면 현곡리에서 시공 중인 HEK 프로젝트 건설공사 중 CR Package 설비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도급받아 시공하였다.
(나) 원고는 2004. 12. 7. 소외 회사에 일용근로자로 채용되어 2004. 12. 31.까지 파주의 LG 필립스 LCD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2005. 1. 1.부터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 및 배관설비를 담당하였다.
(다) 소외 회사는 회사의 비용부담하에 안중 백병원 옆에 있는 원룸을 빌려 소외 회사의 정규직 직원들로 하여금 사용하도록 하였고, 망인도 자택이 파주시에 있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가능하여 함께 기거하는 것을 용인하였다.
(라) 이후 2005. 5. 10.경 이 사건 공사가 거의 종료될 시점에 이르러 정규직 직원들의 출·퇴근이 가능해지자 소외 회사는 정규직 직원들이 출·퇴근이 가능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잠을 자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망인과 같이 자택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한 근로자에게는 숙박의 편의를 제공하여 출·퇴근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원룸 대신에 203호를 빌려 소외 회사의 비용으로 숙박비와 식비를 지불하였다.
(2) 망인이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한 경위
(가) 망인은 2005. 7. 4. 07:30경 평소와 같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출근하여 근무하던 중 원도급회사인 도요엔지니어링코리아 주식회사 소속의 소외 2 기사와 소외 회사의 하수급 회사인 주식회사 포스텍 소속의 소외 3 차장과 함께 퇴근 후에 술을 마시기로 약속하였다.
(나) 망인은 연장근무가 끝나고 같은 날 21:30경 퇴근하던 중 느런휴게소에 들러 소주 2병, 마른안주(문어), 순대국 한 그릇을 사가지고 가 같은 날 22:00경 203호에서 소외 2, 3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이 떨어지자 소외 3이 느런휴게소에 다시 가서 소주 2병을 사가지고 온 다음 계속 함께 마시다가 같은 날 22:50경 소외 2는 처의 전화를 받기 위해 자기 숙소인 (숙소명 생략)의 201호로 돌아가 잠을 잤고, 망인도 잠을 자기 위해 양치질을 한 다음 23:30경 203호 창문 쪽에 있는 침대 끝에서 잠을 자기 시작하였으며, 소외 3도 다른 곳에 숙소가 있었으나 망인과 함께 자기로 하고 양치질을 한 다음, 창문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에어컨을 약하게 켜고 침대 위에서 24:00경 잠을 자기 시작하였는데, 망인이 마신 술은 소주 4병 중 1병 반 정도였다.
(다) 한편, 203호에는 방바닥에서 창문 밑까지 약 60㎝ 높이에 가로 75㎝, 세로 170㎝ 크기의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설치 높이가 어른 무릎 정도에 불과하여 창문을 열려고 힘을 주다가 중심을 잃을 경우에는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으나 추락방지 시설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라) 그런데 망인은 2004. 7. 5. 04:38경 203호 아래에 있는 주차장 바닥에서 다른 공사현장의 중장비 기사인 소외 4에 의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망인은 전날 잠을 잘 때 입었던 흰색 런닝과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고, 신발은 신지 아니하였다. 한편, 주차장 바닥에서 203호까지의 높이는 545㎝ 정도이다.
(마) 이후 화성경찰서 소속의 경찰관은 망인의 사인과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하여 부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현장 및 최초 망인의 사체를 발견한 소외 4와 주변인물인 소외 3, 2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망인이 타인과 싸움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소외 4가 2005. 7. 5. 02:00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앓고 있는 소리를 들었으나 술 취한 사람이 주정하는 줄 알고 그냥 잠을 잤다고 진술한 점, 부검에서 추락사에 흔히 볼 수 있는 안와골 골절, 간 파열 등 다발성 실질장기손상 외에 다른 사망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참작하여 망인이 추락하여 사망하였다고 추정하였다.
(바) 한편, 위 부검결과에서는 망인의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2호증의 1 내지 10, 갑 3호증의 1, 2, 3, 갑 4호증의 1 내지 16, 을 1, 3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소외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 단
(1)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사인은 추락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발성 장기손상인 점, 망인이 숙박한 203호의 창문 위치가 창문을 열려고 힘을 주다가 중심을 잃을 경우 아래로 추락할 위험이 있을 정도의 안전하지 못한 구조였음에도 추락방지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점, 망인이 사망한 당일은 계절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무렵이고 망인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에 이를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으므로 비록 에어컨을 약하게 켜고 잠을 잤더라도 술기운으로 인한 체온 상승으로 잠에서 깨어 답답한 느낌에 창문을 열려고 하다가 중심을 잃고 추락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는 점, 위와 같이 망인이 창문을 통해 추락하였을 가능성 이외에 다른 경로를 통한 추락사나 자살, 기타 타살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은 추락방지시설을 갖추지 못한 203호의 창문 때문에 추락사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
(2)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에서 작업시간외 사고에 대하여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비로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 조항은 그 성질 및 내용으로 보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서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은 민법상의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과 같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를 넓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시설물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비록 이를 임차하여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에게 공작물 설치·보존 등의 책임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업주로서는 해당 시설물을 미리 점검하여 그것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경우 시설물의 관리주체에게 그 시정을 요구하고, 만일 그 시설물의 관리주체가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안전한 다른 시설을 마련하여 근로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사업주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면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에서 망인은 사업주인 소외 회사가 제공한 203호에서 잠을 자다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경위로 추락사한 것으로 추단되므로, 이는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시설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의환(재판장) 박창렬 박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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