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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 5. 13. 선고 2019구단6637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79. *. **.생)는 2016. 10. 1. ○○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와 사이에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정수기의 배달, 설치, 수리 업무 등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사업장 00지점으로부터 위 업무를 배당받아 수행하다가, 2017. 5. 31.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나. 원고는 2017. 6. 6. '뇌간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18. 6. 29.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18. 9. 2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원고는 정수기 수리업을 하는 사업주일 뿐 근로자라고 볼 수 없고,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위임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임금을 받기 위하여 지시, 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지위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17. 2. 1. 이래 기존에 원고에게 배정된 서비스 지역인 충청남도 서천, 장항, 오식도에 더하여 군산지역의 서비스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주 6일 하루 평균 10시간 내지 11시간 정도를 근무하였다. 또한 원고는 서비스 업무 중 고객들로부터 항의나 독촉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았고,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면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C/S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약속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여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면서 광범위한 지역으로의 출장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와 같이 과도한 업무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게 되자 원고는 2017. 5. 31. 이 사건 사업장과 사이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고, 2017. 6. 6. 기존 고객이자 지인을 방문하여 정수기를 수리한 후 쓰러져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과다한 업무량 내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 청구를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5 내지 15호증,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는 위임계약의 형식이나 문구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이 사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사업장은 콜센터를 통하여 고객으로부터 요청받은 서비스 업무를 원고에게 배정하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배정받은 특정 지역의 고객에 대한정수기 설치, 수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가 어떠한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이 사건 사업장이 정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 사업장이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② 원고는 매일 아침 8시경 이 사건 사업장 00지점으로 출근하여 지점장으로부터 정수기 설치, 수리 업무의 배당을 받았고 퇴근 시에도 지점장이 개설한 네이버 밴드에 퇴근보고를 하였으며, 정수기 설치, 수리 등 업무를 수행한 후 고객으로부터 PDA에 확인서명을 받고 이를 위 밴드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지점장에게 실시간으로 업무보고를 하였다.
③ 원고는 정수기 설치, 수리 업무시 이 사건 사업장 상호가 기재된 작업복, 가방, 명함('■■'라는 직함명 및 □□ 소속임이 기재되어 있음)을 사용하였다. ④ 원고가 □□이라는 상호로 정수기 수리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배당받은 정수기 수리업무를 주 6일 상시 수행하였으므로 다른 사업장이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정수기 설치, 수리 업무를 하여 별도의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원고는 2016년, 2017년에 사업자로서 올린 소득이 전혀 없었다.
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각종 입사교육, C/S 교육 및 정기평가를 받아 왔다. 원고가 통상적인 업무배정시간 외에 긴급 업무로 출동한 적이 있었으나,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위 긴급 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별도로 받지는 않았다.
⑥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에게 정수기 설치, 수리기사로서의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휴대전화, 유류비 등을 지급하였다.
다. 업무와 이 사건 상병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의 판단
가) 위 법리를 위 인정사실 및 갑10, 11, 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고혈압 등 이 사건 상병의 유발인자가 되는 개인적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분명히 인정되고, 이러한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경우 고용노동부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는 뇌혈관 질병 등의 업무시간 관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나, 위 고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중 제1항 다목의 위임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뇌혈관 질병 등에 관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 · 적용하는 데에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② 피고는 원고가 고정 주간근무로 주 6일, 1일 평균 8시간의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전제로 원고의 근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을 강하다고 평가하는 상병의 발병 전 4주, 12주 동안의 각각 1주 평균 업무시간인 64시간, 60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지문인식시스템이나 출퇴근 명부 등 출퇴근시간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법정근로시간에 따른 근무만을 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원고와 동일한 지위에 있는 이 사건 사업장의 정수기 설치, 수리 기사들에 따르면, 기사들은 매일 아침 8시경 이 사건 사업장 00지점으로 출근하여 지점장으로부터 업무 배당을 받았고, 토요일을 포함하여 하루 10시간 이상 광범위한 지역을 이동하면서 출장설치, 수리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할당된 업무를 소정 근로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하여야 하여 정시퇴근이 어렵고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고 일치하여 진술한다. 또한 원고의 경우 건강이 악화된 동료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2017. 2.부터는 군산지역 업무까지 추가로 담당하였고, 그 결과 원고가 2017. 2.부터 2017. 5.까지 수령한 월 평균 수수료가 이전 4개월 동안의 평균 수수료에 비하여 약 51% 상당 증액되었다. 수수료가 설치, 수리 건수에 비례하여 계산되는 점을 고려해보면 일응 원고의 업무량이 이전 대비 51% 상당 증가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 발생 무렵의 원고의 실제 근무시간을 피고가 산정한 시간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고, 원고가 이를 초과하여 근로하였고 원고의 업무량이 특히 2017. 2. 이후 대폭 증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원고의 업무는 상당한 무게의 정수기를 이동하여 배달, 설치하고 공구를 들고 고객을 방문하여 정수기를 수리하며, 매일 아침 8시경까지 자택인 군산에서부터 이 사건 사업장 00지점까지 출근한 뒤 서천, 장항, 오식도, 군산에 산재한 고객의 주소지를 차로 방문하는 업무로, 그 육체적 강도가 적지 아니하다.
④ 또한 원고와 동일한 지위에 있는 정수기 설치, 수리 기사들은 종종 설치나 수리 서비스가 지연될 경우가 생기는데 다음 고객과의 예약일정을 맞추기 위하여 차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급히 해결하며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만약 할당된 서비스업무를 제 때 마치지 못하거나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면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문책이나 C/S 교육을 받아야 하였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였다고 진술한다. 위와 같은 원고의 업무내용 및 형태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업무는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에도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직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지만, 위에서 확인되는 원고의 업무량, 업무의 부담 및 강도, 업무 환경의 특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내지 악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누적된 과로와 고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 원고에 따르면 이러한 과도한 업무로 인한 건강악화로 이 사건 사업장과 사이에 위임계약을 종료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 사건 감정의도 위임계약 종료 후 일주일 정도의 휴식으로 그동안의 피로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는지 여부를 판단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위임계약 종료 후 6일째 쓰러져 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기에 이른 것인 이상 업무수행성이 단절된 상태에서 발병한 질병으로 보기도 어렵다.
⑥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위험요인인 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었고, 음주습관과 흡연력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이 때문에 이 사건 감정의와 피고 측 자문의들은 이 사건 상병이 외부 요인보다 원고의 내재적 위험소인에 의하여 발병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의와 자문의들의 소견은 고혈압 등이 이 사건 상병 발생의 위험소인이라는 일반적인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것으로, 앞서 본 원고의 업무량 증가 내역, 스트레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점까지 고려하여 내린 판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원고의 과로, 스트레스와 더불어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원고의 나이가 만 38세로 고혈압성 뇌출혈이 호발하는 연령대로 보기 힘든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설령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원고의 기존 건강상태 등의 사적인 사정이 경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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